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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매일경제 - 인생의 봄을 꿈꾸며…봄을 반납한 청춘들
작성자 관리자 조회수 15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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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설명11일 오후 서울 동작구 노량진역 인근에 위치한 한 고시학원에서 강의 광고가 설치된 입간판 앞을 고시생들이 지나가고 있다. <한주형 기자>

 

 

서울 지하철 노량진역 3번 출구를 나오자마자 보이는 한 건물에는 출입구에서 인도까지 줄이 10여m 가량 길게 늘어져 있었다. 10층이 넘는 한 건물에 여러 개의 학원이 모여있는데 100여명의 공시족들이 두대에 불과한 엘리베이터를 기다리기 위한 것이다. 노량진 학원가는 한 학원이 단독으로 건물을 사용하기도 하지만 이처럼 여러 학원이 층별로 나눠서 건물을 사용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20대로 보이는 한 학생에게 “00학원 본원 가려면 어디로 가야하죠”라고 말을 건네니 짧은 답변만이 돌아왔다. 대학 졸업을 유예하고 휴학중이라고 자신을 밝힌 그는 “위치는 저를 따라오시면 되고 더는 묻지 마세요”라고 말했다.
오전 9시, 한 학원으로 들어서자 무거운 침묵이 온 몸을 압도했다. 공무원시험 역사상 사상 최대규모인 22만1853명이 지원한 시험(4월 9일·국가직 9급 공무원 필기시험)을 한 달 앞둔 노량진 공무원 학원가를 실감할 수 있었다. 시간과 사투를 벌이는 그들은 그곳이 강의실이든 도로이든 어디서든지 상관없이 강의노트와 책을 펼쳤다. 정적의 위압감이 노량진 일대를 점령하는 듯했다. 학원 수업 1교시를 마치고 담배를 피러 나온 강모씨(28)는 “매 시험마다 달라지는 게 경쟁률인데 신경 쓸 필요 없다”며 “각자의 스타일이 있겠지만 대부분 외부 반응에 흔들리지 않고 자신에게만 집중하려 하는 것 같다”고 전했다.
인근의 한 패스트푸드점으로 발걸음을 옮기자 20대의 공시족은 물론이고 30대~50대의 다양한 연령대의 공시족도 만날 수 있었다. 한 40대 공시족 문모씨는 사람간 대화가 그리웠다는듯이 인터뷰에 응했다. 그는 “직장을 그만두고 2년간 준비했는데 지금은 경제적인 이유로 오전에 다른 일을 하면서 틈틈히 공부하고 있다”며 “서울 시내 유명 사립대 건축학과를 졸업했지만 졸업후 행정 등 문과쪽 일을 하다보니 자연스레 행정직에 지원하게 됐다”고 말했다. 또다른 수험생인 김모씨(38)는 “중학생을 대상으로 수학을 가르쳤는데 저녁이 있는 삶을 살고 싶어 9급 공무원시험을 준비하고 있다”며 “생계를 책임져야 되기 때문에 오래 준비할 수는 없고 다음 시험까지 준비해보고 안되면 수학강사로 돌아갈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곳에서도 자식걱정이 모든 것인 우리네 아버지도 만날 수 있었다. 학원 관계자에게 여러 질문을 하고 자료를 챙기는 구모씨(51)는 “지방에서 올라온 김에 아들의 경찰 공무원 준비에 도움이 될만한 자료를 찾으러 학원에 들렀다”며 “(아들의) 준비기간을 대략 1년으로 잡고 있으며 이제 시작하니까 재촉하지 않고 하는데까지 해보라고 격려해주고싶다”고 말했다.
오전 11시. 오전 수업을 마친 공시족들은 학원 또는 인근 건물의 지하 1층에 위치한 고시원 뷔페식당으로 향했다. 현금 대신 10끼가 가능한 쿠폰을 꺼내들었고 쿠폰 적용 한끼 식당가격은 3700원~3900원이다. 뷔페식이지만 한 접시만으로 여러번 사용가능하다. 2~3명 친구들끼리 모여서 식사를 하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은 혼자서 식사를 하며 눈은 여전히 접시 옆 책에 머물러있다. 5년째 고시원 뷔페식당을 운영중인 김모씨(46)는 “대부분의 학생들이 아침·저녁 식사는 간단히 하고 점심 한끼를 푸짐하게 먹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며 “노량진 고시촌 뷔페식당은 신림동 고시촌 뷔페식당보다 대형화돼 100~200석인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오후 들어 공시족들이 수업을 위해 다시 학원이나 고시원 건물로 들어가자 거리는 한산해졌다. 공시족들은 배가 출출하면 건물을 나와 사육신공원 맞은편에 위치한 노점상의 3000원짜리 컵밥을 집어들었다. 스팸·참치마요·날치알·제육 김치컵밥에서부터 돈까스류, 우동류, 일본식 라멘까지 다양한 식사류가 있고 팬케이크와 같은 간식거리도 있다.
오후 6시경. 학원 수업을 마친 일부 공시족들은 면접과 체력테스트를 대비하기 위해 스피치학원과 피트니스클럽·체력학원을 찾기도 한다. 공무원면접 전문학원인 핀스피치학원 관계자는 “9급 국가직 공무원시험에 5분 스피치가 도입되고 7급 시험에서는 집단토의가 도입되면서 학원을 찾는 학생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전했다.
하루 일가를 끝낸 공시족들이 고단한 몸을 쉬는 공간은 노량진역을 중심으로 노들역까지 확장된 학원가 뒷편에 밀집한 고시텔이다. 12년째 부동산 사무실을 운영중인 이모씨(52)는 “고시텔의 경우 월 35만~40만원 정도로 학생들 상당수가 시간을 아끼기 위해 서울에 거주하더라도 이곳에서 머무르는 경우가 많다”며 “지하의 고시식당에서 밥을 먹고 저층에 위치한 학원에서 공부하고 고층에 위치한 고시텔에서 자며 한 건물에서 모든 것을 해결하려는 경향이 있다”고 전했다.
하루 유동인구가 12만명에 달하는 노량진. 이들 중 상당수는 국가직·지방직 공무원시험과 경찰·소방공무원 시험, 임용고시 등까지 합친 공시족으로 추정된다. 국내 유일무이한 고시촌으로 부상한 노량진에서 만난 ‘2016 노량진별곡’의 주인공들은 전 세대를 아울렀다.

20대 대학생과 취업준비생은 물론 안정적인 삶을 꿈꾸며 제2의 진로를 모색하는 3040세대도 꽤 눈에 띈다. 가끔 고등학교 졸업직후 일찌감치 공시족이 된 10대와 은퇴후 남은 여생을 보내려는 50대까지 사실상 생산가능인구 연령대(15~64세)의 전 세대가 시험에 직접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응시인원 규모로는 단일시험으로 응시자수가 제일 많은 대입 수학능력시험(63만명)의 3분의 1에 불과하지만 수능시험이 특정 연령대만 응시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공무원시험은 그야말로 ‘국민시험’이라고 볼 수 있는 셈이다.
같은 꿈과 목표를 위해 모여 있는 공간 속에서 서로가 말을 건네지 않아도 사람들의 온기가 묘한 동질감으로 외로움을 달래는 곳. 2016년 3월 노량진에서 사람들은 그렇게 위안받고 있었다.